한국에서 악필(惡筆)인 학생들이 크게 늘고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컴퓨터와 스마트폰 사용이 일상화되고 학교에서 수업 내용도 워드프로그램 등으로 정리하다 보니 손으로 직접 글자를 쓸 기회가 없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미국에서는 학교에서 영어 필기체가 사라지고 있는 데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필기체를 쓰지 못하는 것은 물론 읽지도 못하는 학생들이 크게 늘고 있다는 것이다. 최대 원인은 한국처럼 컴퓨터 등 전자기기의 광범위한 사용이다.
학교 교과과정 개편도 주요한 이유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2010년 이후 45개 주와 워싱턴DC가 선택한 공통 교과과정은 필기체 교육을 의무화하는 대신 각 학교나 교사 재량에 맡겼다. 버지니아주의 경우 초등학교 3학년 학생들에게 필기체 교육을 하게 돼 있지만 이를 강제하지는 않는다. 이러다보니 대부분 교사들이 필기체 교육을 빼먹기 일쑤라고 한다. 기자가 사는 버지니아주 패어팩스카운티의 이웃인 스티브 영씨는 큰딸의 경우 좋은 선생님을 만나 글자를 예쁘게 쓰는 ‘칼리그래피’까지 배웠지만 둘째 딸은 아예 필기체 쓰는 교육을 받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이와 함께 낙오학생방지법(No Children Left Behind) 등에서 강제한 표준화 시험 등에 주력하다 보니 정형화된 교육에 힘쓰게 되고, 평소 잘 사용하지 않는 필기체와 같은 인문 소양은 가르칠 여력이 없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기술의 발달로 인쇄체를 사용하는 것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는 주장이 우세하다. 하지만 필기체 교육 찬성론자들은 펜으로 필기체를 쓰는 게 학생들의 학습능력을 향상시킨다는 주장을 편다. 플로리다 인터내셔널 대학의 로라 다이하트 교수는 깔끔한 손글씨를 가진 학생들이 악필인 학생들보다 독서와 수학성적이 우수하다는 연구 결과를 최근 발표했다. 후손들이 독립선언서 등 주요 역사 문서와 부모·조부모들의 편지와 일기를 읽지도 못하는 것은 ‘문화 단절’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이러한 이유로 캘리포니아, 조지아, 매사추세츠주는 필기체 교육을 의무화하고 있다. 지난주에는 아이다호주가 교과과정에 필기체 교육을 의무화하는 법률 개정안을 통과시켰다고 발표했다.
배병우 특파원bwbae@kmib.co.kr
출처: http://news.kukinews.com/article/view.asp?page=1&gCode=kmi&arcid=0007082461&cp=n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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